[희망 100세 시대] 은퇴 빈곤을 면하자

*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강성모

신건웅 기자|2013/01/23 06:16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지난달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의 평균 순자산은 3억4000만 원, 60세 이상은 2억7000만 원 정도다. 

평균적으로 희망하고 있는 노후 생활 수준을 맞추기에는 매우부족한 규모다. 

더구나 이 많지 않은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의 비중이 50대는 71%, 60세 이상은 81%나 차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은퇴자들의 재테크니 재무 계획이니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허황된 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은퇴 재무설계를 쥐어짜야 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동산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 기준으로 아파트의 평균 평당 가격은 1664만 원이다. 다섯 평을 줄이면 8300만 원 정도의 현금이 확보된다. 

이 목돈으로 투자상품이나 연금상품에 가입하면 대략 35만 원의 월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열 평을 줄이면 70만 원이다. 

물론 연금보다 수익률이 낮은 예금, 또는 변동성은 크지만 기대수익이 높은 투자상품에 가입하면 소득이 더 줄거나 반대로 더 늘어나게 되는데, 대략 4% 정도의 수익을 염두에 두면 된다. 

여기에 총자산의 20~30%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정기적으로 현금화하면 소액의 생활 자금이 추가적으로 확보된다. 그리고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에는 평균 급여액 82만 원을 매달 받게 된다. 

이상은 우리나라 장년층의 평균 수준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개인마다 편차가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면 누구나 실행해야 할 재무전략은, 첫째 앞서 말했던 부동산의 현금화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와 노인 빈곤화, 자녀 세대의 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 전망은 좋은 편이 아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든지, 아니면 다운사이징을 통해서 아까운 노후 자산을 불필요하게 썩히는 꼴은 면해야 한다. 

둘째, 기대여명이 점차 늘어나는 한편 금리는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은퇴자라도 금융자산을 안전자산에만 '보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위험 중수익의 상품에 '투자'해서 수익률을 1%만 올려도 정기적인 소득은 크게 늘어난다. 

셋째, 빚이 있다면 가급적 빨리 갚아야 한다. 제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대출 이자를 뛰어넘는 수익을 꾸준히 올리기는 어렵다. 

젊어서야 근로 소득이 있으니까 월급을 알뜰히 모아서 갚으면 되지만 은퇴자들은 있는 자산을 소진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자가 높은 빚은 무조건 빨리 상환하는 게 상책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하게 돈 버는 방법은 안 쓰는 것, 즉 검약의 생활화가 최고의 은퇴 재테크라 할 수 있다. 

없는 형편에서라도 이러한 은퇴재무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65세 이상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이 50.9%나 된다는 충격적 통계를 통해서도 새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