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대북정책 20년, 분명한 실패”
“포용-봉쇄 정책 다 펼쳤지만...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가”
윤희훈 기자|2013/02/19 13:39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현 맥아더재단 회장)는 19일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 “포용이든 봉쇄든 간에 지난 20년간 우리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동북아 지역에 가하는 위협을 줄이는데 분명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 핵포럼 2013'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서 “북한은 궁극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결합한 강력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년전 북한은 단지 소량의 플루토늄만을 축적한 상태였으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보유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북한은 최대 8개의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20∼40㎏의 플루토늄을 축적한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화된 가스 원심분리기 농축프로그램으로 분열성 핵물질도 매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 존재는 결국 상황을 악화시켜 더 큰 규모의 갈등과 비극적인 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의 증강은 동북아 다른 국가들이 핵 비보유국 지위에 대해 재검토를 고려하게 할 것이고, 이는 핵 비확산 체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실험의 또 다른 위협은 북한이 자국의 핵무기에 사용되는 핵물질이나 기술을 테러단체나 테러지원국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핵테러는 미국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강력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핵문제 대응방안으로 “최고의 해결책은 북한의 입장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지역 내 안보 갈등 줄일 수 있는 정치적 합의점을 찾아보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군사적으로는 준비 태세를 갖춰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만 우리의 외교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며 “다양한 정치, 경제, 안보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우리의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를 위해 남·북·미·중 간의 4자간 대화틀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과의 정치적인 합의의 기초에는 한미간 강력한 동맹이 전제돼야한다”며 “중국은 대북 문제에서 결과를 도출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의 협의는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