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100세 시대] “은퇴는 생애의 전환기이자 새로운 시작”
*오영훈 라이프커리어전략연구소장이 말하는 '생각의 전환'
황남구 기자|2013/03/05 06:05
오영훈 라이프커리어전략연구소장이 은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의 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남구 기자 nam9ya@ |
아시아투데이 황남구 기자 = "은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은퇴는 생애의 한 과정이자 전환기일 뿐이에요. 그리고 새로운 경력의 시작이지요."
오영훈 라이프커리어전략연구소장(57)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라이프커리어전략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은퇴의 개념이 '직업생활의 끝'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은퇴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은퇴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은퇴에 대한 중압감은 은퇴를 '재무적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신체의 연령과 상관없이 죽는 날까지 진보와 발달을 거듭하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인생의 노년은 단순한 내리막이 아닌 지금껏 터득한 연륜의 가치를 한층 더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오 소장은 "은퇴 이후의 삶이 오히려 전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에게 강조하는 '새 삶을 위한 생각의 전환'은 다음과 같다.
◆은퇴는 인생의 전환기
은퇴는 오랜 시간 애착을 갖고 근무해 온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탈하는 인생의 전환기이자 고뇌·불안·갈등을 유발하는 심리적 사건이다.
많은 은퇴자들이 직장에서 퇴직을 맞이한 이후 낮아진 자존감과 흔들리는 정체성으로 고민을 호소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은퇴는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추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돈과 건강·일거리에 자신을 맞추던 기존의 노후준비에서 벗어나 또 다른 삶을 꾀할 수도 있다.
퇴직 이후 상실감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더욱 의미있는 인생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 타인과 사회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평생 자신을 지배해온 욕망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의미로 가득한 일들을 찾아 보람이 넘치는 인생을 추구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고민도 계속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이 있으며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노후의 행복도 찾을 수 있다.
대다수의 예비은퇴자들이 먹먹한 마음을 안고 "퇴직 후 뭐하고 살지?"라고 자문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사는지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은퇴를 맞이하게 되면 정체성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내가 원하던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위해 살 것인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기쁨을 찾을 것인가 △남은 생애 어떠한 일을 할 것인가 등 물음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노후생활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버텨내는 생존의 삶이 돼서는 안 된다. 은퇴 이후의 삶에서는 돈이 없다는 불안감보다 삶의 목적과 가치를 갖지 못해 느끼는 상실감이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은퇴를 은퇴시켜라
우리의 생각에서 은퇴라는 '허구의 결승선'을 몰아내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은퇴를 은퇴시키는 것이다. 평생 현역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은퇴생활을 단 몇 달이라도 해보게 되면 사람이 일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은퇴 이후에도 커리어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만큼이나 '커리어'에 대한 생각의 재정립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이후 기존의 커리어와 단절된다고 생각한다. 커리어를 직업·직위·진로로만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좁은 의미로서의 커리어다.
넓은 의미의 커리어는 '직업인만이 아닌 학생·시민·부모·가사인·배우자·자녀·여가인·자원봉사자 등 여러 역할을 통해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은퇴가 커리어의 단절이 아닌 새로운 역할로의 전환점인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조합함으로써 더욱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 생산적 노화를 지향하라
생산적 노화를 지향해야 한다. 생산적 능력을 갖추면 은퇴 이후 느끼게 될 절박함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생산적 노화'라는 표현은 로버트 버틀러 국제장수센터(ILC) 회장이 처음 사용했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은 직업으로서의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원봉사나 비영리법인 활동, 가사업무, 자신에 대한 돌봄 등을 통해 생산적 참여의 삶을 추구하자는 의미다.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생산인 것이다. 최근들어 사회적 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제3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생산적 활동을 위해서는 '학습'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다가오는 고령사회에서는 기술적인 진보나 직업능력의 개발 없이는 평생 현역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생 현역의 길이는 은퇴 이후 늘어난 여유시간을 자신의 직업능력 개발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재무 포트폴리오, 시간 포트폴리오를 챙겨보며 평생 현역을 위해 투자하는 자금과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 욕심 내려놓고 내적 충실함 다지기
"나는 나를 위한 모든 것들을 갖고 싶다. 소유가 나의 목표일진대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그만큼 나의 존재가 커지기 때문이다. 나는 점점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나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처럼 재산·사회적 지위·권력 등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여유롭고 행복한 은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영어권의 발달심리학에서는 노년층을 설명할 때 'Old(늙은)' 대신 'Aged(나이 든)', 'Elderly(연상의)' 등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부족한 삶의 지혜와 경륜을 갖춘 노년층만의 특장점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은퇴 이후의 삶에서 이러한 장점을 통해 내적 충실함을 다지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