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나 재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맙시다”
[희망100세] 수잔 랭포드 Magic Me 회장 인터뷰
이정필 기자|2013/05/28 18:22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⑧ 젊음의 마법 매직미(MAGIC ME)
수잔 랭포드 매직미 회장(우)과 직장 동료 데이비드 맥클라이가 영국 타워햄릿 사무실에서 카메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영국 세대통합 지역단체인 매직미(MAGIC ME)는 1989년 시작됐다.
매직미의 수장인 수잔 대표(53)는 당시 28세의 나이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술을 배우며 미국 사회에 만연한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을 목격한 수잔은 문화 예술의 힘으로 세대를 통합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이후 사회적 예술 활동과 요양원 봉사에 전념하며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난 그는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모은 뒤 영국으로 건너와 매직미를 설립했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런던도 이스트런던과 웨스트런던으로 나뉜다. 빈부와 문화의 격차가 크다. 서런던은 쾌적한 환경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분포했고 경제가 발전한 곳이다.
동런던은 이민자들이 많이 이주해와 가난했던 동네다.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면서 나쁜 쓰레기나 공기가 오기 때문에 동런던을 좋지 않은 곳으로 생각한다. 매직미가 있는 타워햄릿 지역은 노인과 흑인, 방글라데시에서 온 무슬림이 많다.”
수잔은 동런던의 다양한 세대와 문화, 국가와 인종을 융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매직미는 여러 연령대 사람이 모여 문화그룹을 만드는 지역공동체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함께하며 자아발전을 이루고 자신감을 얻기 위한 것이다.
매직미가 다른 기관과 다른 점은 양방향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보통 노인이라고 하면 봉사를 받는 수동적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젊은이 역시 노인과 함께하며 큰 도움을 얻는다.
교사의 추천으로 학교에서 지나치게 조용한 부끄럼쟁이가 이곳에 오면 변화를 체험한다. 아이들은 노인과 대화하며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올바른 사회적 존재로 발전하게 된다. 도무지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 학생은 수다쟁이 치매환자를 돌보면서 경청의 자세를 배운다.”
수잔은 노인들도 매직미 프로그램으로 얻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가족이 없거나 결혼을 안 한 노인이 대부분이다. 요양원에 있으면 낮에는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저녁에는 할 일이 없어 적적하다. 자원봉사자가 오후 6시 이후에 방문하면 노인들의 반응이 더 좋은 이유다.
20대~30대 청년층이 여기에 오면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 자신의 노후를 미리 대비하는 계기도 된다. 클리포드 챈스의 젊은 변호사들은 지역사회 발전에 솔선수범하는 진정한 상류층의 모습을 보여줬다.”
수잔은 타인을 판단하는 우리의 색안경을 부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매직미가 말하는 것은 사람을 나이나 외모, 재산과 학력 등 그 어떤 것으로도 판단하지 말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라는 것이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부자든 빈자든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할 소중한 존재들이다.
10대 학생과 80대 노인이 같이 유치원 아이의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일은 고귀한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적 문제다. 지역사회는 이제 나눔과 차별이 아닌 조화와 통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영국 빅토리아 공원에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아기와 나와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