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계화는 최소비용 최대효과로 한국 알리는 길”

[희망100세] 소아스대 연재훈 교수ㆍ세종학당 조재희 강사 인터뷰

이정필 기자|2013/05/29 14:41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⑨ 한글의 보고 런던 세종학당

조재희 강사(좌)와 연재훈 교수가 28일 영국 런던 소아스대 한국학과 연구실에서 카메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문화 전파는 말을 가르치는 게 먼저다. 한식을 세계화한다고 했지만 비용만큼 효과를 못 보지 않았나.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한글 교육은 한국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28일(현지시간) 연재훈 런던대학교 소아스대학(SOAS,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한국학과 교수(52)를 교내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울대 언어학과 석사를 수료하고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영국인 교수의 소개로 89년 이곳에 와 그대로 정착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연 교수는 현재 소아스대에 속한 런던 세종학당의 학당장을 겸하고 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한국학 전공이 한 학년에 1~2명이었다. 지금은 한 학년에 25~30명이 되니 정말 격세지감이지 않겠나. 영국이 위대한 게 이처럼 군소 언어학과에 적자가 나더라도 학문을 위해 계속 지원해준 거다.

소아스대 한국학과와 세종학당은 유럽에서 최고의 한국어 근거지로 꼽힌다.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담당 교수도 역사학과를 포함해 3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영국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한국은 더 이상 낮선 나라가 아니게 됐다.

“학과 규모면에서 중국은 3배, 일본은 2배지만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알려지고 있다. 이는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영화나 음악 등에 담긴 역동성이 해외에 통하는 것 같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지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말을 전파해야 된다.”

연 교수는 이곳에서 외국인 제자 3명을 한국어 박사로 길러 미국 등 다른 나라의 한국학 교수로 진출시켰다. 제자들의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나 능력이 학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그는 영국에서 조교를 마음대로 부리지 못하는 건 불만이라며 웃었다.

“유럽은 권위주의가 없고 합리적인 사회다. 우리와 달리 교수와 제자 사이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거다. 갑과 을로 나뉘는 문화가 팽배하고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한국사회는 변해야 한다. 한국여성의 성형수술은 안 좋은 의미로 여기에서도 유명하다.”

소아스대 한국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15명씩 고려대에 가 1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돌아온다. 한국을 체험한 교환학생의 90%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고 한다. 연 교수는 영국의 복지제도에 관해서도 한마디 했다.

“한국 의료시장이 최고라고 하는데 아직 영국의 비교대상은 아니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못 가진 계층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회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고 보편적인 복지구조가 탄탄하다. 이에 따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배워야 될 점이 많다는 건 분명하다.”

연재훈 교수가 28일 영국 런던 소아스대 한국학과 연구실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동석한 조재희 런던 세종학당 주임강사(49)가 입을 열었다.

고려대 국어교육학과를 나온 그녀는 영국에 여행을 왔다가 인연이 돼 소아스대 음성학 석사를 마쳤고 97년부터 소아스대 랭귀지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런던 세종학당에서 학생 교육과 행정 업무를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 학생은 다 예뻐 보인다. 세종학당 초기에는 정부에서 이런 걸 왜 하는지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잘한 일이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중국이나 일본, 아랍권에 비하면 한국어가 아직 미미하지만 그다음 2그룹의 선두자리를 지키며 세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조 강사는 문화와 한국어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중이다.

“중국은 계속 크고 일본은 하락세지만 은근히 저력이 남아있다. 이 사이에 우리가 우뚝 서려면 영화나 음악 등 문화콘텐츠를 내세운 홍보에 힘써야 한다. 유럽에서 한국의 방송이나 노래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싸이의 사례처럼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을 보면 자연스레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화를 통해 한국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는 곧 당당한 한국의 위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조재희 강사가 28일 영국 런던 소아스대 한국학과 연구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