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아시아투데이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 국정평가, 경제민주화

* "개념 모호, 시장경제 활성화로 가야"..."경제민주화법, 법치 위반 많아"

최영재 기자|2013/06/03 06:50
29일 오전 서울 신수동 시대정신 회의실에서 박근혜정부 국정평가단 경제분야 집담회가 열리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석 국정평가단장(홍익대 경영대학 학장),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 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부장, 신석훈 한국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송호열 전 서원대학교 총장./ 이병화 기자photolbh@
아시아투데이 최영재·윤희훈·김아람 기자 = 시대정신과 아시아투데이의 박근혜정부 2차 국정평가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출범 100일째 되는 새 정부의 가장 큰 화두가 ‘경제민주화’와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안보와 외교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정평가단은 출범 100일이 되는 4일을 앞두고 1일 오전, 오후에 걸쳐 경제민주화와 외교안보통일정책을 중심으로 집담회를 열었다. 아시아투데이는 그 결과를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게재한다.

앞서 시대정신과 아시아투데이의 박근혜정부 1차 국정평가는 출범 한 달째 되는 3월 25일에 진행됐다.(본지 3월 25일자 참조)

김종석 국정평가단장(홍익대 경영대학 학장)/ 이병화 기자photolbh@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이번 집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경제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는 학계와 언론에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되는 개념이지만 경제민주화(economic democratization)라는 용어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개념과 정의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날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국정평가도 바로 이런 용어와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날 선 비판부터 시작됐다.

집담회 진행은 평가단 단장인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학장이 맡았다.

◇경제민주화 용어의 모호성

현진권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도깨비방망이다. 애매모호한 용어로 많은 법을 끼워넣고 있다. 구체적인 각론으로 특정 법을 반대하면 ‘반경민세력’이 되는 현실이다.”

송호열: “국민이 포퓰리즘적으로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제민주화에 정치인이 따라 가는 게 현실이다.”

김종석: “동감이다. 경제는 민주화 대상이 아니라 활성화·고도화의 대상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정의되지 않은 용어로 상당히 영업주의적인 요소가 많다.”

◇청와대의 경제민주화 논의 평가

김종석: “박 대통령의 ‘깨알지시’로 너무 많은 법안이 제시되다 보니 비현실적이고 강력한 규제 입법이 되고 있다. 이를 수많은 규제 입법을 두루뭉술하게 경제민주화로 포장하고 있다.”

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부장/ 이병화 기자photolbh@
최영재: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경제민주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일명 ‘깨알지시’라고 기자들이 뭘 쓸지 모를 정도로 하루에 10가지도 넘는 경제민주화 관련 사안을 쏟아낼 때도 있다. 신문사에서 제목 뽑기도 힘들다. 이렇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법안을 쏟아내다 보니 비현실적인 논의도 많은 것 같다.”

김종석: “국회도 너무 많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나와 중구난방이 될 것을 우려한다. 박 대통령이 너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시시콜콜 지시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현진권: “박 대통령이 말할 것은 각론이 아니다. 큰 범위에서 시장경제 활성화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는 처음부터 큰놈 때리는, 곧 대기업 규제다.”

◇ “원칙적으로 사후 규제가 사전 규제보다 우위, 그런데 현재 논의는 반대”

신석훈 한국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이병화 기자photolbh@
   
신석훈: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방법은 크게 세 유형이 있다. 첫째,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둘째, 외형적으로 불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나타날 경우 행정당국이 이런 행위의 불공정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과징금으로 제재하는 방법이다.

셋째, 대기업 구조 자체를 개혁해 불공정행위가 나타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다. 또 중소기업이나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이 특정 사업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거나 영업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로 갈수록 규제 강도와 실효성은 높아지지만 정상적인 기업 행위가 규제될 개연성도 그만큼 크다.

첫 번째 방법은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다.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은 논란이 많다. 최근 정부가 제기한 경제민주화 법안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박 대통령이 제기한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규제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로 포장된 사전 규제다. 자세히 알아보면 정상적인 납품단가 감액 행위와 계열사 간 일감 거래가 얼마든지 있다.”

◇ “정당한 규제라도 수단이 정당해야···현재 제안된 경제민주화 법안은 법치주의 위반사항 많아”

김종석: “정당한 목표를 갖고 있어도 규제 수단이 올바르지 않으면 정당화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수단에서 퇴행적이고 비효율적인 많은 규제와 수단을 내포하고 있다. 또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를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논의는 대부분 ‘사전 규제’다.”

송호열: “법원에서도 범죄를 사후 처벌하지, 미리 예견해 사전에 처벌하는 것은 없다.”

신석훈: “시장경제의 불공정과 경쟁 제한을 막아 정상적인 시장경제가 작동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법치주의다.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지나치게 제약을 가하면서 목적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과잉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 현 정부는 목적을 위해 규제를 너무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안한 여러 경제민주화 법안은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사안이 많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을 보면 ‘부당거래 금지법’이 이미 있다. 굳이 새로 입법을 할 필요가 없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이병화 기자photolbh@
김이석: “기존 공정거래법은 마치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그렇지도 않다. 기업이 덩치가 커지면서 가격을 싸게 하는 것은 경쟁을 해서 효율적으로 된 것이다. 이것이 경쟁에 위협이 되는 건지 현행 공정거래법이 일관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감을 특정인에게 주면 다른 사람들이 가질 기회를 뺏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시장의 논리란 것이 적은 비용으로 더 신뢰할 만하게 공급할 구조가 있으면 그 쪽으로 가는 게 상식이다. 그것은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대기업이 그런 차원에서 계열사에 정상적으로 하는 행위도 ‘일감 몰아주기’로 때린다. 마치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는 것으로 자꾸 포장하니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팀 평가

송호열 서원대학교 전 총장./ 이병화 기자photolbh@
   
송호열: “박 대통령이 시시콜콜 경제정책 각론을 말하고 있는데 문제가 많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경제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

김종석: “현오석 경제팀을 우려하는 것은 경제가 박 대통령 취임 후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취임 이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추가경정예산 17조원을 편성·집행하고, 금리를 낮추는 조치를 폈다. 그런데 동시에 국회가 관련 부동산 법 통과를 지연시키고 세금을 더 거두고 경제민주화법 등 규제 강화 법안을 계속 제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과 기업은 혼란스럽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보면 화끈하게 한쪽으로 간다. 그런데 현재 한국 경제 정책은 초점과 일관성, 메시지가 없다. 현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를 새로 만들었는데 부총리답게 쓰려면 권한을 줘야 한다. 권한이 있어야 부처 장관이 따라간다. 그런데 지금 경제부총리는 굉장히 약체로 보인다. 그래서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김이석: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 기업가들이 정부 정책이 어떻게 흐를지 몰라 투자를 거의 안 했던 역사가 있다. 그런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한 후 기업가들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국회에서 계속 대기업 문제와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며 수십 개 법안을 올려놓고 있다. 이렇게 제도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데 기업 투자가 일어나겠는가?”

김종석: “현오석 경제팀 정책은 한마디로 초점이 없고 리더십이 없다. 에어컨과 히터를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규제를 왔다 갔다 하면서 혼란을 주고 있다. 당연히 정책에 포커스가 없다. 성장인지 복지인지, 경제활성화인지 경제민주화인지 하나만 해야 하는데 다 하겠다고 한다.”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상황 평가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이병화 기자photolbh@
김종석: “지금 6월 이후 국회에서 수십 개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어느 신문사도 전문가도 심지어 국회사무처도 몇 개가 있는지 모를 것이다.”

신석훈: “앞으로 신규순환출자, 금산분리가 문제가 될 것이다. 또 기업집단과 내부 일감 몰아주기도 쟁점이 될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등도 있다. 입법자료를 보면 법률 전문가인 내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송호열: “그러면 졸속 처리되는 것 아닌가?”

신석훈: “그렇다. 한 달 안에 수십 개의 법안이 몰려 제대로 검토도 되지 않고 한꺼번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구조가 아니다.”

김종석: “너무 많은 법안이 제시되다 보니 중구난방식이 돼서 의견 조정이 어렵다. 그 와중에 선동이나 집단심리가 작용해 비현실적인 강력한 제재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경제민주화’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고용, 공정거래, 하도급법 등 모든 법안에 옥석 구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입법심리 과정에서 옥석을 가리고 규제수단의 적절성을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규제도 품질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위헌 소지가 있는 입법이 무더기로 생산될 위험성이 있다.”

현진권: “정부에서 규제할 사항이 아닌 것에 나서면 안 된다.”

김종석: “최근 남양유업 사태 등 몇몇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과잉 입법이 상당히 우려된다. 이런 문제는 입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배려 문화’로 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제도와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특히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쪽으로 흐르면 안 된다.”


참석자: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학장(국정평가단장)/ 김이석 시장경제제도 연구소 소장/ 송호열 전 서원대학교 총장/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소장/ 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