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죽음 앞둔 70대 노인 우정 다룬 연극 ‘배웅’
오영수이영석 노련한 연기로 눈물샘 자극
전혜원 기자|2013/06/28 08:31
연극 '배웅'의 한 장면. |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시집간 딸에게 전화로 “여행간다”고 말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아버지 ‘순철’. 우울한 기분으로 병실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순철과는 대조적으로 빨간 트레이닝복 차림에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를 부르며 병실로 들어오는 ‘봉팔’.
봉팔은 순철을 보자마자 “언니들 전화번호 몇 개 줘?”라며 유쾌하게 농담을 던진다.
순철은 아내를 떠나보낸 뒤 딸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시집보내고 홀로 살아오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기 위해 온 전직 국어교사.
봉팔은 한때 잘 나가던 외항 선장이었지만 지금은 병원을 제집처럼, 병실을 안방처럼 여기며 입원환자로 살아온 노인네다.
성격이나 살아온 배경에서나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이 두 70대 노인들은 보자마자 티격태격 싸운다. “냄새 나니 양말 벗어라” “미련곰탱이 짜샤~” “초면에 나를 언제 봤다고 지랄이야” “이 자식이 눈에 뵈는 게 없네” 등 이들 둘의 관계는 싸움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생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물 마시면서 건배를 하고, 사이좋게 이불을 같이 개고, 몰래 함께 담배도 피우는 사이가 된 이들은 병원을 나서면 청진동 해장국에 소주를, 만리장성 팔보채에 빼갈을, 김 나오는 오뎅에 히레사케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3월의 눈’ ‘리어왕’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150여편의 연극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오영수(봉팔 역)와 ‘푸르른 날에’ ‘고곤의 선물’ ‘고도를 기다리며’ 등의 무대에서 탄탄한 내공을 입증시킨 이영석(순철 역)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강석호 작가의 맛깔스런 대사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14년전 이 작품을 처음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공연을 위해 몇몇 부분을 요즘 시대에 맞게 수정했다.
“드넓은 망망대해 그 산더미만한 파도도 내 한마디면 껌뻑 죽게 하던 장선장이야 내가!”라며 봉팔이 지난날을 회상하는 장면이나 세상을 떠난 순철에게 양말을 신겨 주는 장면 등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외로움’이라는 거대한 벽과 싸워야 하는 노년의 이야기인 동시에, 결국 혼자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얘기다.
연극은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배웅해 줄, 그런 좋은 친구 한명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7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된다. 2만5000원. (02)889-3561,3562
봉팔은 순철을 보자마자 “언니들 전화번호 몇 개 줘?”라며 유쾌하게 농담을 던진다.
순철은 아내를 떠나보낸 뒤 딸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시집보내고 홀로 살아오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기 위해 온 전직 국어교사.
봉팔은 한때 잘 나가던 외항 선장이었지만 지금은 병원을 제집처럼, 병실을 안방처럼 여기며 입원환자로 살아온 노인네다.
성격이나 살아온 배경에서나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이 두 70대 노인들은 보자마자 티격태격 싸운다. “냄새 나니 양말 벗어라” “미련곰탱이 짜샤~” “초면에 나를 언제 봤다고 지랄이야” “이 자식이 눈에 뵈는 게 없네” 등 이들 둘의 관계는 싸움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생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물 마시면서 건배를 하고, 사이좋게 이불을 같이 개고, 몰래 함께 담배도 피우는 사이가 된 이들은 병원을 나서면 청진동 해장국에 소주를, 만리장성 팔보채에 빼갈을, 김 나오는 오뎅에 히레사케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연극 '배웅'의 한 장면. |
‘3월의 눈’ ‘리어왕’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150여편의 연극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오영수(봉팔 역)와 ‘푸르른 날에’ ‘고곤의 선물’ ‘고도를 기다리며’ 등의 무대에서 탄탄한 내공을 입증시킨 이영석(순철 역)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중간중간에 간호사, 의사, 딸 등이 등장하지만 극은 이 두 배우가 90분간을 거의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역량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이들은 과도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정확한 그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야말로 연기내공 100단인, 고수들의 무대다.
강석호 작가의 맛깔스런 대사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14년전 이 작품을 처음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공연을 위해 몇몇 부분을 요즘 시대에 맞게 수정했다.
“드넓은 망망대해 그 산더미만한 파도도 내 한마디면 껌뻑 죽게 하던 장선장이야 내가!”라며 봉팔이 지난날을 회상하는 장면이나 세상을 떠난 순철에게 양말을 신겨 주는 장면 등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외로움’이라는 거대한 벽과 싸워야 하는 노년의 이야기인 동시에, 결국 혼자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얘기다.
연극은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배웅해 줄, 그런 좋은 친구 한명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7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된다. 2만5000원. (02)889-3561,3562
연극 '배웅'의 한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