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네 인생살이
*이화순 저 ‘당신을 닮은 사람들’ 출간
전혜원 기자|2013/11/14 09:06
‘하늘에다 베틀 놓고 구름에다 잉아 걸고/짤각짤각 짜느라니 부고 한 장 들어온다/한 손에 받아들고 두 손으로 펼쳐보니/시앗 죽은 편지로다 고년 요년 잘 죽었다/인두불로 지질 년 고기반찬 갖춘 밥도/맛이 없더니만 소금밥도 달고 달다’
서울시 금천구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노래다. 여성들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며 불렀던 노래로 남편의 첩인 ‘시앗’에 관한 적나라한 감정이 담겨 있다.
저자 이화순 씨는 ‘당신을 닮은 사람들’(민속원 펴냄)에서 “이 노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다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며 마음을 편히 가지고 자책하지 말라고 알려준다”며 “우리가 좋아하는 뒷담화가 이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이런 형식으로 총 30개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옛 이야기와 작가의 견해가 덧붙여진 단편들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무형문화유산온라인지식사전(ICHPEDIA)'로부터 옛이야기를 빌려왔다. 이 사전은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정보를 웹기반 백과사전으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문화재청이 기획하고 전북대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소를 중심으로 여러 대학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개발한 것이다.
저자는 그곳에 축적된 구전 설화들에서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고 느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가능한 한 원본 그대로 약간의 편집만 해 사용했다. 하지만 채록의 경우 심한 사투리는 대화체를 빼고 읽기 쉽게 표준어로 바꾸는 작업도 했다.
저자는 “우리의 본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며 “조상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통해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공간에 살았던 그들의 모습에서 같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은 다 그렇구나’ 하며 위로도 받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고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몇몇 재미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9금’ 노래인 ‘올라 탕개 좋소’도 소개된다. ‘어디 사요/오목리 사요/오목 오목 하게 이뿌요/이뿌당게 좋소/좋당게 좋소/탕개 탕개 좋소/올라 탕개 좋소’ 이 노래는 전북 무안급 동중리에서 전해지는 것으로,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 중 하나를 담고 있다.
오목리에 사는 여인, 오목 오목하게 예쁜 여인과 한 남정네가 ‘좋소’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한참 몸을 섞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이런 음담에 귀가 솔깃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말이다”라고 한다.
이외에도 부자가 되고 싶은 젊은이, 양자 아들의 효행, 싸우다 망한 두 스님, 골탕 먹은 소금장수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과 함께 술술 읽혀진다.
200쪽. 1만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