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5, 왜곡된 통신시장의 ‘희생양’ 되나
윤복음 기자
2013/11/29 18:04
2013/11/29 18:04
마진 많이 남는 고가폰 팔려는 제조사·이통사 탓에
22일 국내 출시된 구글의 넥서스5/제공=구글 |
아시아투데이 윤복음 기자 = 넥서스5가 이동통신시장의 왜곡된 구조에 따라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리점 및 판매점은 물론 국내 제조사도 보조금 및 장려금을 지급하며 고가의 단말기를 팔기 위해 혈안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낮은 출고가로 보조금 지급이 적은 넥서스5보다 고가 출고가임에도 높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폰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가 넥서스5보다 판매 이윤이 훨씬 많이 남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높은 보조금을 투입해 판매하고 있다.
넥서스5는 구글이 기획하고 LG전자가 제조한 레퍼런스폰으로 국내서는 최신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고가 스마트폰의 절반 가격을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정부도 최근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안을 추진하며 넥서스5로 이통시장에서 중저가폰 위주의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통사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넥서스5를 애물단지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넥서스5를 아예 판매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현재 넥서스5를 판매하는 매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비슷한 스펙으로 나온 단말기를 프리미엄 할인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리점들이 넥서스5보다도 더 비싼 스마트폰 판매에 혈안을 올리는 이유는 고가의 보조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물론 이통사 측에서도 고가의 스마트폰에 더 많은 보조금과 장려금을 실어 판매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같은 스펙이지만 더 많은 보조금을 실어주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더 선호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조금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아 프리미엄 폰을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다.
넥서스5의 출고가는 49만5000원이지만 공식 보조금은 8만원이다. LG의 G2의 경우 출고가가 95만4800원이지만 일부 판매점 및 양판점 등에서는 60~70만원대의 보조금을 투입해 판매한다.
이에 업계는 넥서스5는 정부만 미는 단말기일뿐 이통사나 제조사, 소비자까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통사들은 넥서스5를 통해서 중저가폰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고가의 스마트폰을 더 싸게 사려는 소비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다보니 넥서스5의 홍보나 판매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서스5는 제조사나 이통사가 밀어주는 단말기는 아니다"라며 "넥서스5를 찾는 소비자보다 그만큼 보조금을 받으려는 소비자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넥서스5 단말기 자체도 개발자를 목적으로 나온 것이지 대중적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