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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수사로 16년 전 살해당한 노파의 恨을 풀다”

“끈질긴 수사로 16년 전 살해당한 노파의 恨을 풀다”

기사승인 2020. 06. 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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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 3팀 '삼척 노파 살인사건' DNA 분석으로 풀었다
진범 절도 피해자와 다투다 사망…죗값 물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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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 미제사건 전담수사3팀 김성수팀장/사진=김보영기자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었던 ‘삼척 노파 살인사건’이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 3팀의 끈질긴 수사로 사건발생 16년 만에 마침내 진범이 밝혀졌다. 하지만 진범(당시 25세)이 이듬해 숨진 까닭에 죗값을 물을 수는 없게 됐다.

이 사건의 발생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2일 70대 여성 B씨는 삼척시 근덕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이 물건을 뒤진 흔적은 있었으나 피해자가 평소 금품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 탓에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다. 30∼40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으나 당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만 3000여 명에 달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4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이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미궁 속에서 헤매던 사건은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 미제사건 전담수사3팀(팀장, 김성수)이 지난해 9월부터 사건 기록을 다시금 살펴보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김 팀장과 팀원들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담배꽁초와 피해자의 오른손 손톱에서 채취한 DNA 등 증거물과 37권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몇 달 간 분석한 결과 사건 발생 추정 시간인 오후 8∼10시에 사건 현장에서 임도로 약 1.7㎞ 떨어진 7번 국도에서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 탄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게 된다.

팀원들은 사건 특성상 진범이 사건 발생지 주변에 연고가 있거나 지리에 밝은 인물일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좁혔고, 진범이 10살까지 사건 발생지와 1.5㎞가량 떨어진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으며 피해자 집과 가까운 거리에 친척 집이 있음을 확인하고 사건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여기에 절도 전력이 있고 사건 당일 차량을 얻어 탄 남성과 비슷한 연령대인 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확보한 DNA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됐다. 아울러 당시 차량에서 나온 지문과 A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일치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담배꽁초와 피해자 손톱 등 현장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 또한 A의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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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 미제사건 전담수사3팀 김성수팀장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김보영기자
김 팀장 과 팀원들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살폈으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과 범행도구가 하나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렇게 15년 동안 베일에 싸인 삼척 노파 살인사건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에 남아 있던 DNA와 용의자의 DNA를 대조한 끝에 마침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고 진범을 밝혔지만 그가 이미 숨진 탓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길 수 없게 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김 팀장 과 3팀원들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수사 끝에 쾌거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김성수 광역3팀장과 일문일답.

-미제로 남을 뻔한 15년 전 “삼척노파 살인사건” 의 진범이 밝혀졌는데 진범이 사망해 죗값을 물을 수 없어 아쉬움이 없는지.
“물론 아쉽다. 재판정에 세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살해하고도 절도 범행을 한 것으로 보아 다른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이러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된 것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늦었지만 진범 잡은 소감은.
“진범을 밝혀냈지만 너무 늦게 해결해 피해자 가족에게 그 시간만큼 고통의 시간을 준 것에 대해 수사 경찰로서 먼저 죄송스럽고, 뒤늦게라도 범인을 밝혀내 피해자 가족이 위령제를 지낸 뒤 감사의 전달을 받았다. 전화를 받은 뒤 경찰로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

-수사과정 어려움은 없었는지.
“현장의 유일한 증거인 담배꽁초 DNA와 이를 대조할 수 있는 피의자의 DNA를 찾는데 피의자가 이미 사망하여 대조 DNA 찾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고, 16년 전 피의자의 행적을 밝히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또 한동안 라면으로 저녁을 먹으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광역3팀 직원과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팀장으로서 직원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광수대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보람된 일보다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2005년 동해 총기 탈취사건,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사건, 동해 폭발사고“ 등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사건에 직접 수사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며 수 없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먼저 억울하게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큰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빠른 시간 내 슬픔을 딛고,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다. 앞으로도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장기 미제 살인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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