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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말 없는 애니메이션 ‘플로우’, 말 많은 첩보 스릴러 ‘블랙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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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3. 18. 11:15

라트비아 등 3개국 합작 '플로우', 의인화되지 않은 동물들의 모험담 그려
액션 대신 심리 묘사에 치중하는 '블랙 백', 미니멀한 방식에 호오 갈릴 듯
플로우
19일 개봉하는 '플로우'는 의인화되지 않은 동물들의 시적 모험담을 그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국제 영화상를 받았다./제공=판씨네마
대사 없는 애니메이션과 대사로만 진행되다시피 하는 첩보 스릴러가 같은 날 나란히 공개된다. 19일 개봉하는 '플로우'와 '블랙 백'이다.

▲의인화되지 않은 동물들의 시적 모험담, '플로우

문명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에서 외딴집을 홀로 지키던 '고양이'는 먹이를 두고 다투던 개들의 추격을 간신히 따돌리지만, 바로 그 때 대홍수가 밀려들어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모두 빼앗긴다. 가까스로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배 안에 있던 느긋한 성품의 '카피바라'를 시작으로 수집벽이 있는 '여우원숭이'와 카리스마 넘치는 '뱀잡이수리', 개 무리와 헤어진 '골든 리트리버'를 연이어 만나게 된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대부분 오랜 관습에서 비롯되곤 한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속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동물 캐릭터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관객들이 동물을 동물 그 자체로 바라보려 애쓰는 '플로우'에 생경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이처럼 낯선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심신이 정화돠는 느낌으로 빠져든다. 수묵담채화 같은 화면과 무언의 표현 방식에 젖어들기 시작했다는 징후다. 일례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던 장대비가 멈추고 집채만한 파도가 잦아든 뒤 바다 위로 햇살이 내리쬘 때면, 어려움을 겪으며 연대와 공존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 배 안의 동물들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라트비아·프랑스·벨기에가 합작한 작품으로 이달 초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국제 영화상를 받았다. 전체 관람가.

블랙 백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블랙 백'에서 영국 정보부 요원 '조지'(마이클 패스벤더·오른쪽)는 사이버 무기 '세버러스'를 팔아넘긴 내부 스파이로 동료이자 아내인 '캐슬린'(케이트 블란쳇)까지 의심하게 된다./제공=유니버설 픽쳐스
▲거장의 범작, '블랙 백'

영국 정보부 요원 '조지'(마이클 패스벤더)는 사이버 무기 '세버러스'를 팔아넘긴 내부 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동료이자 아내인 '캐슬린'(케이트 블란쳇)까지 용의선상에 올린다.

연출자인 스티븐 소더버그는 긴 설명이 필요없는 할리우드의 실력파 감독이다. 26세 때인 1989년 제4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최연소 황금종려상 수상 기록을 세운 뒤 오랜 시간동안 주류와 비주류를 자유롭게 오가며 끊임없이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시나리오는 물론 촬영과 편집까지 도맡기로 유명한 소더버그 감독은 최근 들어 연기와 연출 등 모든 면에서 극도의 미니멀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데, '블랙 백'은 그의 이 같은 특징 혹은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한 경우다.

나름 의도한 결과이겠지만 남녀 주인공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들은 '구강 액션'으로 일관하며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연기하고, 줄거리는 빠르지만 매우 밋밋하면서도 불친절하게 흘러간다. 첩보 스릴러란 장르에 혹하고, 감독과 출연진의 이름값에 취해 관람했다가는 극장 안 불이 켜질 때 '이게 뭐야' 싶을지 모르겠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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