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골드만삭스와 어깨 겨눈 미래에셋
올해 글로벌 실적 7000억원 전망
현지 9위 오른 인도 법인이 견인
운용자산의 40%인 180兆 해외서
자산 212조원·글로벌 업계 12위
전 세계 13곳서 636종 상품 다뤄
박현주 "혁신 가져올 상품 만들어야
'글로벌 X'와 협업… 美 상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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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국내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한국의 자산운용사가 글로벌 IB와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거였다. 20년이 지난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 운용자산(AUM)은 390조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ETF 운용사 중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글로벌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도, 자산운용 규모가 400조원에 달하는 곳도 미래에셋운용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운용의 글로벌 성과 뒤에는 박 회장의 '뚝심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실적이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배경엔 인도 법인 M&A가 있다. 미래에셋운용이 인도 시장에 발을 들인 건 2007년이었다. 하지만 1년 뒤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당시 인도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 등은 모두 엑시트하며 손실을 버티지 못했다. 유일하게 미래에셋운용만 현지에서 글로벌 위기를 버텨냈다. 시장의 우려에 박 회장은 "우리는 인도에서 뿌리내린다"며 특유의 뚝심 전략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미래에셋운용의 인도법인 AUM은 약 230억 달러(한화 34조원)로, 인도 현지 자산운용사 9위에 올라섰다.
미래에셋운용은 390조원에 달하는 AUM 중 40% 인 180조원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규모가 19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운용의 해외 자산운용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국내 ETF시장 점유율만 따져본다면 2위이지만, 실상 운용자산 규모로는 전세계 12위인 글로벌 ETF운용사다. 국내 자산운용사들 중에서도 자기자본이 3조 8750억원(작년 말 기준)에 달해 2위인 한화자산운용과도 자본 격차가 2조원이 넘는다.
이에 미래에셋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들 간 ETF경쟁이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차별화된 경쟁 상품 출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박 회장이 ETF 주요 임원들에게 "기존에 없던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상품을 만들라"고 주문한 배경이다. 미래에셋운용은 '킬러 상품'을 위해 올해 글로벌X와 협업한 상품을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중국 등 해외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해 글로벌 ETF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13일 "미래에셋운용의 ETF경쟁력과 차별화 포인트는 '글로벌 시너지'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선도적인 상품 개발, 장기투자라는 철학을 통한 저변 확대"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0년 국내 최초의 나스닥100 현물형 ETF와 2020년 국내 최초의 현물형 S&P500 등 테마형 상품들을 선도적으로 상장시키며 "국내 ETF시장의 체질을 바꿔왔다"는 설명이다.
국내 ETF시장은 지난 2023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23년 6월 100조원을 돌파한 뒤, 불과 2년 만에 1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리면서다. 퇴직연금 등 연금계좌에서도 투자가 가능한 데다 분산투자의 장점까지 갖춘 ETF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보수 인하로 ETF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도 자산운용사들의 ETF 수수료 경쟁에 대해 우려를 표할 정도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장기 투자에 있어 낮은 비용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며 "단, 과도한 보수 인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투자에 있어서 비용 최소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글로벌'과 '킬러 상품'을 위해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법인 글로벌X와 협업한 AI(인공지능)엔진을 활용한 ETF가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당초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으나 올해 안에는 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X는 미래에셋운용이 지난 2018년 인수한 미국 ETF운용사로, 인수 당시 100억달러였던 운용 자산은 작년 말 기준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급성장했다. 미래에셋운용은 당시 글로벌 X를 5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업계는 물론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만 해도 ETF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던 데다가,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로 ETF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현재는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M&A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박 회장의 '뚝심 경영'으로 올 1월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이 전 세계 13개 지역에서 운용 중인 ETF는 총 632종이다. 총 운용자산은 212조원, 글로벌 ETF운용사 중 12위다.
최근 박 회장이 "국내 시장의 ETF대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운용의 올해 글로벌 세전 이익은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글로벌X 실적 또한 그중 하나다.
미래에셋운용은 이 같은 '오너십 경영'이 장기투자와 해외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국내 성적표도 상승세다. 지난해 미래에셋운용의 영업이익은 14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8.32% , 당기순이익은 4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올랐다. ETF 시장 성장과 함께 수수료 수익 및 관련 영업이익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주요 국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미래에셋만이 철수하지 않았다"며 "퇴직연금이나 해외 진출은 장기간 투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너십 경영' 영향이 큰 비즈니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