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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사형선고일 “일본, 안중근 유해 발굴 책임있는 태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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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2. 14. 06:10

[조동성 안중근의사기념관장 인터뷰] "일본, 기록 있는데도 ‘모른다’고 하나"
조동성 안중근의사 기념관장이 안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104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에 일본이 책임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일본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 일본이 안 의사 유해와 묻힌 장소와 관련해 모른다고 하지만 적어도 기록이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답변이다.”

조동성 안중근의사 기념관장(65·서울대 경영학부 교수)은 안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104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중구 기념관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에 일본이 책임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3년 동안 무보수 명예직으로 관장을 맡고 있는 조 교수는 안 의사의 어머니인 조 마리아 여사의 친정 종증손자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오는 20일 서울대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3년 임기의 관장직을 연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중국이 한국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개관하자 ‘거침없는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치인들은 안 의사에 대한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안 의사(1879∼1910)가 사형 선고를 받은 2월 14일이 일본의 상술로 넘어온 밸런타인데이 문화에 묻혀 안 의사의 숭고한 역사적 의거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지난달 19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하얼빈 기차역에 개관한 안중근의사 기념관에는 하루 평균 1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 발 디딜 틈도 없는 가운데 추모 열기가 높은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권영세 주중 한국대사도 이번 주 하얼빈역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들러 안 의사를 추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29일에는 국가보훈처의 안중근의사 유해발굴 자문위원단(단장 이세기·한중친선협회장), 박유철 광복회장, 안중근 연구의 1인자로 알려진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소 원장이 현지 기념관을 방문했다.

조 관장은 안 의사 순국 104주년 추모식을 다음달 26일 서울 남산 기념관에 갖는다.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정부 차원에서 안 의사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 기념관에서 국가보훈처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 관장은 최근 아베 정권의 안 의사에 대한 망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유해 발굴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관장은 안 의사 유해 발굴과 묻힌 장소에 대해 “일본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이 ‘모른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록이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기록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라고 하는 것이 합당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 관장은 일본이 안 의사를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라는 망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안 의사를 폄훼하는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일본의 많은 식자들과 일부 언론은 안 의사 의거에 대해 긍정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관장은 “안 의사가 재판장에서 ‘나는 전쟁을 하고 있는 장군으로서, 대한민국 의병 참모중장 안 장군의 입장에서 적장을 전쟁에서 격살한 전쟁 행위이기 때문에 장군으로 대하고 군사재판에서 처리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구했다”면서 “유언에 가까운 안 의사의 마지막 발언에서 장군이라고까지 언급했는데 주검을 적군에 인도하지 않은 것은 일본이 국제적인 정의, 상식선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관장은 “안 의사는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한 것이 아니라 (한국 침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와 주변의 참사관들을 참살한 것은 일반적인 테러리스트와 전혀 다르다”면서 “의사냐 장군이냐 해석이 다르지만 일본에 반박하는 논거로써 전쟁에서는 테러라고 하지 않고 무고한 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하얼빈역에 기념관이 들어선 것과 관련해 조 관장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비롯해 중국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의 요청을 이번에 받아 준 것에 대해 이젠 우리가 큰 화답을 해야 한다”면서 “중국에서 보여준 큰 결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큰 그릇을 만들어서 안 의사가 한국을 넘어 중국, 더 나아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장기적인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큰 씨앗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조 관장은 “독일과 프랑스, 영국 간에도 수백년 동안 전쟁과 갈등을 겪었지만 처칠과 드골, 아데나워처럼 큰 인물들이 유럽 평화를 일궜다”면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큰 인물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일본이 한·중 제안에 화답한다면 동북아도 평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조 관장은 하얼빈역 기념관 개관을 총괄 지휘한 하얼빈시 문화신문출판국 쉬허둥(54·徐鶴東) 부국장, 강월화 현 기념관장 겸 조선민족예술관장과 오랫동안 왕래를 하고 있다. 조 관장은 올해도 중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안 의사 순국 104주년 학술세미나를 열어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전파할 계획이다.

조 관장은 안 의사의 사형 선고일인 2월 14일이 밸런타인데이에 묻힌 것과 관련해 “역사 교과서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분열이 있지만 어느 누구도 안 의사의 민족정기와 동양평화사상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일본의 상술을 비판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안 의사의 사상과 행동을 연구하고 받들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우리 역사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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