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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형제자매에 ‘최소 상속금액’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 위헌”

헌재 “형제자매에 ‘최소 상속금액’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 위헌”

기사승인 2024. 04. 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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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류분 제도, 오늘날도 균등상속 기능 실현"
"'형제자매' 재산형성 기여 없어…유류분 인정 불합리"
자녀·배우자·부모 규정은 내년 12월까지 법 개정해야
헌재, '형제자매에게 유산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언과 관계없이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아울러 헌재는 고인에게 패륜 행위를 저지른 자녀, 배우자, 부모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현행법도 잘못됐다고 봤다.

헌재는 25일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민법 1112조 1·2호는 고인의 자녀 및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3·4호는 고인의 부모와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가족의 모습과 기능이 핵가족으로 바뀌고, 남녀평등이 점차 실현되고 있지만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유류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균등상속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며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양한 사례에 맞춰 유류분을 정하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에서 현행 민법 1112조가 유류분을 획일적으로 규정한 것 역시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다만 '형제자매' 부분에 대해선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를 하거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녀, 배우자, 부모에 대해 규정한 1112조 1·2·3호에 대해선 내년 12월 31일 전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로 판결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경우에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별도의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민법 1118조가 같은 법 1008조의2를 준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제3자가 일부 재산을 받더라도, 일부 금액을 유족에게 유류분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민법 1113조, 1114조, 1115조, 1116조에 대해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영진·김기영·문형배·김형두 재판관은 민법 1114조 후문 및 1118조 중 1008조를 준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또 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민법 1112조에 대해 별개 의견과, 1113조 1항 및 1115조 1항에 대해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 등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유류분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로 1977년 신설됐다.

유류분 제도는 특정인에게 상속재산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도입 전 민법은 호주를 승계하는 장남이 가장 많은 재산을 상속받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남편이나 장남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었다.

앞서 2010년, 2013년에도 각각 유류분 제도의 위헌법률심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2010년에는 합헌 7인, 한정위헌의견 2인으로 합헌 유지됐다. 2013년에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유지됐다.


이날 헌재 판단으로 '구하라씨 친모 사건'과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활동이 국회에서 가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숨진 뒤 20년 동안 연락 없이 지냈던 친모가 나타나 상속권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이에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구하라법'이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모두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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