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학전 폐관 1년 ③] 공연계가 잃은 것과 남은 것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13010006973

글자크기

닫기

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4. 18:00

김민기의 부재, 그리고 공연예술계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
학전 소극장의 정신은 계속될 수 있을까? 창작 공간의 미래를 모색하다
[학전]김민기 대표 (1)
학전의 설립자이자 대표였던 김민기(1951~2024) / 사진제공 학전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4년 3월 15일, 대학로 소극장 학전(學田)이 폐관했다. 그리고 불과 4개월이 지난 7월 21일, 학전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김민기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하나의 극장이 문을 닫는 일은 공연계에서 드물지 않지만, 학전 소극장의 폐관은 단순한 공간의 상실을 넘어 공연예술계의 중요한 흐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여기에 김민기 대표의 부재까지 겹치며, 공연예술인들과 관객들은 더욱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학전 소극장의 폐관이 공연예술계에 던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민기 대표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연예술인들은 학전 소극장의 상실이 그의 예술 철학과 창작 정신이 담긴 공간의 소멸이었다면, 김민기의 부재는 그 철학을 직접 실천해온 한 시대의 종료라고 입을 모았다.

"학전 소극장이 문을 닫을 때부터 이미 공연계의 큰 흐름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김민기 선생님까지 떠나시면서, 이제는 그 철학을 계승할 사람과 공간을 함께 잃어버린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 연극인의 말이다.

김민기 대표는 독립 공연예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직접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는 스타 시스템이나 대형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공연 자체의 힘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전 소극장에서 무대에 오른 수많은 연극인과 창작자들은 그의 철학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그 철학을 실현해 온 사람이 떠났고, 공연예술계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민기 대표의 부고가 전해지자, 공연계와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극장을 운영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연예술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그가 떠나자, 수많은 연극인들이 그의 영향을 되새겼다.

"김민기 선생님은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대학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창작극 흐름도 없었을 겁니다." 한 연출가는 그의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객들은 김민기 대표와 학전 소극장에 대한 추억을 공유했다. "대학 시절 처음 본 연극이 학전 소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이었어요. 그 공간이 없어졌다고 했을 때도 충격이었는데, 이제 그 극장을 만든 사람도 떠났다니 믿기지 않아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지하철 1호선'을 관람했던 관객들은 "그 공연이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며 그의 창작 정신을 기리는 글을 남겼다. 김민기 대표가 만든 무대는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었다.

김민기 대표의 부재는 곧 학전 소극장의 부재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공연예술인들은 단순히 그를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가 지켜온 철학과 무대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학전]2004년 우리는친구다 공연사진
학전의 대표작 '우리는 친구다' 공연 모습. / 사진제공 학전
"학전 소극장 같은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공연예술계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립 극장과 창작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연극계 관계자는 학전 소극장 폐관과 김민기 대표의 부재가 단순한 한 극장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극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립적인 소극장과 창작 공간이 줄어들수록, 공연예술의 다양성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 대형 자본이 투자된 상업 공연이 시장을 지배하는 흐름 속에서, 학전 소극장 같은 공간이 사라진다면 젊은 창작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공연계 내부에서는 "학전 소극장의 정신을 이어갈 대체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또 하나의 극장을 여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공연예술 생태계를 유지하고 창작 공간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민기 대표가 떠났고, 학전 소극장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지켜온 철학과 공연예술에 대한 신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그것을 공연예술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이다. 학전 소극장이 사라졌다고 해서 공연예술의 실험 정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상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창작극과 독립적인 공연 공간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공연예술계는 이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학전 소극장을 기억하는 방법이며, 김민기 대표를 추모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