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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폐관1년 ④] 사라지는 소극장, 공연예술계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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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5. 06:00

독립 창작극의 미래를 모색해야
[학전]학전소극장1
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 소극장. / 사진제공 학전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학전 소극장 폐관 이후 대학로 소극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때 대학로는 창작극과 실험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상업 공연이 중심이 되면서 독립적 창작극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대학로에서 소극장 공연을 찾는 관객층이 감소하면서 독립 극장의 운영도 어려워지고 있다. 대형 상업 뮤지컬과 스타 마케팅 중심의 공연들이 극장가를 점령하면서 창작극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극장들은 점차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전 소극장은 창작극을 고수했지만, 결국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해 폐관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단순히 학전 소극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로 소극장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연극계 관계자는 "학전 소극장 같은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공연예술계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립 극장과 창작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창작극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극장들은 관객 감소와 재정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학전 소극장은 지난 수십 년간 독립적 창작극의 산실이었고, 다양한 실험적 무대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대학로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형 상업 극장의 증가와 함께 관객들은 점점 더 화려한 연출과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전 소극장이 끝내 문을 닫게 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현재 창작극과 독립 공연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소극장 운영에 대한 재정 지원, 창작극 제작 지원 확대, 관객 유입을 위한 홍보 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극장 공연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학로와 같은 중심 무대에서는 여전히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현재 공연예술계는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연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거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창작극을 알리는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물리적인 극장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넷플릭스나 브로드웨이 HD 같은 플랫폼을 통해 연극과 뮤지컬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공동 창작 공간 운영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창작자들이 개별적으로 극장을 운영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러 창작자가 공동으로 극장을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극장의 운영 비용을 분담하는 차원을 넘어, 창작자들이 서로 협업하고 새로운 작품을 실험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대학로를 벗어난 독립 공연 공간 개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대학로가 창작극의 중심지였지만, 최근에는 서울 외 지역에서도 독립적인 공연 공간을 운영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극장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 부산, 광주 등지에서 독립 극장 운영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방에서도 창작극을 향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창작극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관객과 만나도록 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전]2023년 지하철1호선 공연사진
1994년 초연부터 총 4,257회를 공연하며 73만명이 넘는 누적 관객을 기록한 <지하철1호선> 공연 모습. / 사진제공 학전
학전 소극장은 사라졌다. 그리고 김민기 대표도 떠났다. 그러나 그것이 독립적 창작극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전 소극장이 떠난 자리를 보며, 공연예술계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공연예술계가 학전 소극장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우선, 소극장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립 극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대형 상업 극장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소극장이 단순히 상업적 논리에 밀려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창작극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창작극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늘리고, 신진 연극인들이 안정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창작극이 관객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관객 유입 전략을 개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창작극 활성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공연 플랫폼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의 대학로 중심 공연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창작극을 실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연예술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인터랙티브 공연과 같은 새로운 형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학전 소극장이 남긴 가치는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창작자들에게 열린 무대를 제공하는 철학이었다. 공연예술계가 이 가치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때, 학전 소극장의 정신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학전 소극장이 떠난 자리를 기점으로 공연예술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창작자와 관객,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의 적극적인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학전 소극장이 떠난 빈자리를 창작의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공연예술계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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