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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2023년 승강전, 5초 남기고 통한의 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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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4. 22:15

유병훈 FC안양 감독 심층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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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유병훈 감독./ 사진=전형찬 기자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유병훈 FC안양 감독은 프로 감독 첫해에 K리그 1 승격을 달성했다. 국가대표로는 단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잡초류' 감독의 빛나는 성취다. FC안양은 시즌 개막 전 강등 1순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첫 세 경기를 1승 3패로 버티고 있다. 첫 세 경기는 모두 한 골 차, 박빙의 승부였고, 홈 개막전 김천과의 경기는 1-3으로 패했다. 그는 2025년 시즌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고 있을까. 유병훈 감독이 걸어온 길과 그의 금년 시즌 구상을 심층 인터뷰에 담는다.

- 국민은행이 2010년 해체하면서 FC안양으로 이어졌다. 미포조선은 안산 그리너스로 이어졌다.

"국민은행에서 플레잉 코치를 하면서 은퇴 준비하고 있었다. 어떻게 또 안양과 인연이 닿아서 코치로 불러주셨다. 선수단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선수, 코칭스테프, 직원이 함꼐 안양으로 넘어왔다."

- 신생 구단으로서의 애로사항은.

"열정이나 의욕은 정말 많고 투지도 좋았는데 창단 팀이라 힘든 점이 있었다. 국민은행은 전통이 있는 팀이라 체계가 잡혀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FC안양은 체계가 잘 안 잡혀 있었다."

- 예를 들면 어떤 점인가.

"원정 경기 집합 시간, 원정 인력, 이동 방법 등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 창단 첫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 팀을 창단한 이유다. 그걸 확실하게 알고 나서 마음 자세가 달라지더라. 처음에는 솔직히 자세한 사정을 몰랐다. 그냥 연고 이전에 얽힌 울분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 창단 과정과 팀 역사를 알고 마음이 바뀌었나.

"안양 시민의 애정이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FC서울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창단 과정 얘기를 들으면서, 언젠가 FC서울을 꼭 잡으러 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조건 첫 번째 목표가 그거였다. 그것이 마침내 올해 시작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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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일 FC안양 창단식./ 사진제공=FC안양
-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2년 걸렸다."

- 안양에서 코치, 수석 코치(2013~17)를 하다 아산 무궁화FC 수석코치로 갔다.

"대우 시절 함께 지냈던 박동혁 감독이 불러주셨다. 2019년 서울 이랜드, 2020년 U-19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21년 안양 수석코치로 돌아왔다."

- 2020년 청소년팀 멤버로는 누가 있었나.

"정상빈, 오현규, 허율, 고영준, 홍시후, 이태석 등이 주축이었다. 2024년부터 충남 아산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신송훈도 있었다."

-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며 느낀 점은.

"태극마크의 무게가 상당했다.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연령별 최고 선수가 모였으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단 1분도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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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U-20 유병훈 코치(왼쪽). 오른쪽이 현 안산 그리너스 감독인 당시 이관우 코치다./ 사진제공=유병훈 감독
-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정상빈이 미국으로, 오현규가 벨기에로 진출했는데, 더 많은 선수가 K리그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 유럽 등 해외로 진출할 것이라고 믿는다."

- 아쉬웠던 점은 없나.

"있다. 코로나로 2021년 세계대회가 취소된 것이다. 갈고닦은 실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이다. 도전해서 실패하는 것과 아예 도전 기회 자체가 사라진 것은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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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축구센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유병훈 코치./ 사진제공=유병훈 감독
- 2024년 시즌을 앞두고 FC안양 감독 제의받았다. 그때 심정은.

"늦게 결정이 됐다. 2022년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수원 삼성에게 패하며 아깝게 떨어지고, 2023년엔 여러 사정이 겹쳐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시장님께서 '변화가 필요하니 감독을 해보라'고 하시더라. 솔직히 선뜻 결정 못했다.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황도 있고, 이우형 감독님을 밀어내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다. 승격의 기반을 만드신 건 이우형 감독님이다. 이 감독님이 팀을 다져놓지 않았다면 승격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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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이우형 전 감독(2013~15/2021~23)./ 사진제공=FC안양
- 선배를 밀어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분위기를 확 바꿔야 하는 팀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감독직을 수락했다. 시장님께서 '처진 분위기를 단기간에 끌어 올리려면 새 감독이 필요하고, 선수단을 잘 아는 수석 코치가 승격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셨다. 팀으로도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불안했나.

"제 나름대로 준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제가 몹시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상당히 불안했다."

- 불안감을 극복한 방법은.

"저를 믿고 선택해 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가 따라왔다."

- 감독 경력이 1년 차에 승격이라는 신화를 썼다.

"승격 이전에, 제가 프로팀 감독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될 만큼 감사한 일이다. 그 일이 한 해에 벌어졌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필자가 최대호 안양 시장과 인터뷰하며 안병훈 감독 파격 발탁의 배경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이호영 감독은 성적이 좋았지만, 될 듯 될 듯 승격을 못하니 본인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 같은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이유다. 2022년 수원 삼성 오현규 선수에게 연장 막판 극장 골을 먹고 FC안양은 다시 물러섰다. 승부차기까지 갔다면, 기세상 안양의 승리와 승격이 유력했다.

- 그 골 먹었을 때 심정은.

"그때만큼은 안양이 올라갈 줄 알았다. 모든 분위기가 그랬다. 우리가 수원보다 실력이 압도적으로 좋았던 건 아니지만, 확실히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1차전 비겼고, 2차전 전후반도 경기 잘했다. 아, 이제 올라가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종료한 5초인가 8초 남기고 골을 먹었다."

- 그 골이 없었다면 승부차기였다.

"그러면 저희가 심리적으로 더 앞설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담은 못하지만 진짜로 승격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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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9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승강전 2차전에서 수원 삼성의 오현규(맨 오른쪽)가 120분 2-1로 달아나는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 안양팬 입장에서는 애증의 선수가 있다. 2024년 시즌 개막 직전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당시 주장 백동규 선수다. 코칭 스태프들은 교체하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막 화를 내면서 끝까지 뛰겠다고 우겼다. 그래서 코칭스태프가 교체 의사를 철회하고 계속 뛰게 했다. 그 결정이 이날 승부와 관계있나.

"승부에 관계는 있었다고 본다. 근육 이상이라는 건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의지로 어느 정도는 참았지만, 결국은 점프나 경합상황에서 이겨내지 못했다."

- 하지만 본인은 정말 책임감 가지고, 하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 것 아닌가.

"그렇다. 백동규 선수를 '애증의 선수'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정말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선수다. 말하자면 팀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자기가 먼저 나서서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임무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선수다."

- 그날 경기에선 어떤 문제가 생겼나.

"저희가 수비수를 계속 교체했다. 전반전에 갑작스럽게 부상해서 어쩔 수 없었다. 수비수들이 팀 사정을 아니까, 공격수를 교체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동규 선수가 책임을 진 거다. 자기가 나가면 전력에 빈틈이 생긴다고 본 거다. 연장 막판까지 버티면 승부차기 가서 이길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 몸이 100%가 아니라는 걸 벤치에서도 알았나.

"알았다. 후반전 끝나기 전부터 쥐가 났으니까. 그래서 '괜찮으니까 지금이라도 빨리 얘기해라. 내가 감독님께 전달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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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FC안양의 주장이었던 백동규 선수./ 사진제공=FC안양
-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

"참고 뛰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쥐가 계속 올라올 텐데 참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자기는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 결과론이지만, 정말 아쉽게 졌다.

"어떻게 보면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도 안타까운데, 선수는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 후회는 없나.

"백동규 선수 마음도 알고, 왜 그랬는지 이해도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되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그 마음을 알기에 '애증의 선수'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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